아름다운 의뢰인
1
2, 3일전의 거센 바람에, 그렇게나 흐드러지게 만개했던 곳곳의 벚꽃도, 비참히 져 버렸다고 생각되는 4월 중순의 어느 오후, 나는 직장인 잡지사를 요령좋게 얼버무리고, 긴자를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었다.
어딘가 들러서 커피하도 한잔 할까, 아니 혼자선 재미없어, 누구 말상대 없나, 이런 일을 생각하며 오하리쵸에서 신바시쪽으로 걷고 있을 때, 어느 모퉁이에서 갑작스레 매우 키가 크고 마른 남자와 부딪치고 말았다.
"이런, 눈뜨고 다녀!"
라고 말해주려고 생각하며 문득 그 사람을 보니, 아는 사람인 후지에다 신타로였다.
"앗, 후지에다! 웬일이야?"
"앗, 자네였어?... 오늘은 무슨 용무로?"
"뭐~야. 뭐 하릴없이 긴자 거닐기. 너야말로 요즘 어때? 이 뒤편 사무소아니야?"
"지금 좀... 심심해서. 3시 반이 되면 손님이 오기로 했는데 그때까진 뭐가 없어서, 좀 산책이라고 할까 하고. 뭐.. 자네같은 심심한 사람이랑 부딪칠까 해서... 뭐.. 지금처럼 문자 그대로 부딪치리라곤 생각못했지만서도..."
"하하하.. 그래? 그거 잘됐네. 나도 누군가 상대를 잡아서 차라도 할려고 생각하던 참이라. 일루갈까?"
나는 재빨리 그를 꼬셔셔, 근처에 있던 찻집으로 뛰어들어갔다.
가게 안은, 좋을 정도로 한산해서, 둘은 옆쪽 박스에 마주보며 앉아서, 보이에게 홍차와 과자를 주문했다.
"뭐야, 오가와. 자네 이런식으로 날 맞은편에 앉힐꺼야? 이건 무슨 꿍꿍이인가?"
"변함없긴... 후지에다식 질문을 하는군. 이야기 할려고 하는 거지. 둘이 이야기 하기 위해 가장 자연스럽고 편리한 위치인거야."
"그런가. 근데 자네 아는지 모르겠군. 이런 위치를 이런 장소에서 하는 건 어떤이들에게만 매우 자연스럽다는 걸"
"그래?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보이가 가져온 홍차에 각설탕을 두어개 넣었다.
"저쪽 봐봐"
후지에다가, 문득 오른손으로 가리켰기에, 나는 오른쪽 뒷편으로 눈을 돌리자 반대편 박스에, 2명의 20세정도의 부인이, 일렬로 앉아서 이쪽에 등을 돌린채 사이좋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알겠어? 젊은 여자들은 저런 식으로 안즌다구. 저 사람들은 저렇게 앉는게 편리하다고 생각해"
후지에다는 그렇게 말하고, 케이스에서 새로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하지만 저건 특별한 경우잖아. 항상 여자끼린 저렇게 앉는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자넬 처음에 찔러본 거지. 자네가 저런 것에 신경쓰는지 어떤질.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젊은 여자 2명만 있을 땐 항상 저런 자세더군. 반드시 말하는 게 그렇다면, 십중팔구는 저런 자세로 앉아."
"그런가?"
"그렇지. 즉 이런거야. 젊은 여자들끼리는 박스에 저런 식으로 앉는다. 남자 사이엔 우리처럼 맞은편에 앉지. 그리고 남녀가 오면 역시 맞은편에 앉는다는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잘난듯이 후~하고 연기를 내뿜었다.
2
"그런가.. 자네, 여자끼린 왜 저런 자세로 앉을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나?"
나는 후지에다가 항상 그렇듯, 뭐라고 할까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물었다.
"아니, 그건 모르겠어. 그런건, 심리학자라든가 생리학자한테 물어봐야지. 내 일은 거기까지 알 필욘 없거든. 단지 사실을 사실로서 관찰하면 되는 거야. 관찰! 그래 관찰이라구. 자네도 가끔 여자가 저렇게 옆에 앉아있는 것을 보지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도일선생이, 셜록홈즈씨에게 그런 일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될때도 있고, 아닐때도 있지. 탐정소설의 이익은, 없다고도 할 수 있고 크다고도 할 수 있지"
"자, 탐정소설이라는 것은, 실제, 자네 같은 탐정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거구만."
"작품 그 전체의 이익은 사실 의심스러워. 그러나 나오는 명탐정의 짧은 한마디중에는, 꽤나 의미깊은 말이 있거든"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애플파이를 포크로 찍어먹기 시작했다.
나는 2주간 정도 전에, 아카사카에 있는 요리집에서, 고등학교시절의 동창회가 열릴 때, 최근 영미에서 높은 평판을 듣고 있는 명탐정소설을 2, 3권 그에게 빌려준 것을 기억해냈다.
"얼마전에 자네한테 빌려준 책은 어땠어?"
"아...그거? 그래 일전에 고마웠네. 전부 한번에 읽어버렸어. 꽤 재밌더군"
"그건 잘됐군.... 하지만 도움은 되지 않았나?"
후지에다는 이때, 잠시 침묵하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그가 그 소설에 대해 뭔가 불만을 생각해내고 있다고 느꼈기에, 재빠르게 선수를 칠 생각으로 말을 했다.
"뭐랄까, 이건 그 소설만이라고 할 순 없지만, 사실 내가 탐정소설에서 맘에 들지 않는 것은, 나오는 명탐정이 너무 대단하는 거야. 셜록홈즈는 물론, 포와로든 손다이크든, 파일로 번스든, 인간이상이잖아? 실제 그렇게 대단한 인간이 있을리가 없잖아"